오늘 마포NGO학교(마포구청 자원봉사센터 주최)에서 '글로벌거버넌스'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70여명의 마포구 관내의 자원봉사자 및 시민사회 관계자분들이 참여하셨는데, 다수가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근무를 하면서 종종 센터방문팀이 오게 되는데, 그때 제일 곤혹스러웠던 대상이 초등학생이었다. "거버넌스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했던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축구를 통해 비유를 하는 것이었다.


거버넌스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 시민사회, 기업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복잡하게 정의되는데, 여기에 축구의 비유가 들어가면 다음과 같이 된다. 


즉 축구는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스트라이커, 골키퍼, 윙, 미드필더, 수비수 등이 함께 공을 어떻게 상대방의 네트에 넣을지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의 포지션들은 특정한 기능을 가지며, 각 기능들이 전체의 틀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팀이 기능하게 된다. 이런 부분들을 그림을 그리며 설명해드리니 강의가 끝나고 어르신들이 다들 '너무 재밌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평해주셨다. 강의에 질문과 인터액션을 많이 했고, 눈높이에 맞추어 노력을 한 결과였는데...


이게 다 예전에 초등학생 팀을 맞이하면서 진땀을 흘렸던 경험이 있었기에 배웠던 것 같다. 언제든 어떤 경험이든 버릴 것이 없다. 그때 최선을 다하면 그 경험이 다른 환경에서도 소중하게 작용한다.


어르신들에게 강의를 하기 전에 "거버넌스의 의미를 알고 이를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으면 대한민국 1%에 들게 됩니다!"라고 하니 다들 너무 좋아하셨다. 자녀들 또는 손자손녀들에게 확실히 힘을 주어 '거버넌스'가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다며 좋아하는 분들을 보며 오늘 큰 보람을 느꼈다.



발제자료


글로벌거버넌스 이해하기

새롭게 변화하는 NGO의 역할과 도전

 

김정태

헐트국제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

전 유엔거버넌스센터 팀장

 

강의목표

1. 거버넌스란 무엇인가를 정의할 수 있고, 거버넌스가 왜 필요하며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해한다.


2. 글로벌거버너스의 관점에서 변화하는 시민사회와 NGO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해한다.

 

글로벌거버넌스란?

전 세계에는 복잡다양한 이슈와 행위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를 국제사회(international community)라고 부르며, 그 공간에서 활동하는 운영체제를 글로벌거버넌스(global governance)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글로벌거버넌스란 무엇일까? 추상적인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버넌스란 쉽게 정의하자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the process by which decision are made)이라고 할 수 있다. 거버넌스의 어원은 조향(steering)에서 비롯되었는데, 마치 비행기와 같은 거대한 동력체가 조종실의 조향과 조종을 통해 방향이 결정되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비행기와 같은 거대한 동력체는 한 사람이 조종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해나갈 수 없다. 한 사람 또는 한 주체가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는 시스템이 방대하기 때문이다.

거버넌스를 사회적 관점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정의해보면 다음과 같다. “거버넌스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시민사회, 기업, 학계, 국제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몇 가지 핵심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 공동의 목표와 공통의 문제 → 투명한 목표/문제

□ 해당 목표와 문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 함께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과정과 방법 → 효과적인 의사결정 과정

 

이러한 3가지 요소는 투명성, 참여성, 효과성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것을 유엔에서는 거버넌스의 3대 특성이라고 말한다. 거버넌스는 목표와 문제에 관한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그 의사결정 과정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그에 따른 방법과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3가지 요소를 가지게 될 때 거버넌스는 강력한 임팩트를 가져오게 된다.


거버넌스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거버넌스와 연관성이 있는 거버먼트(government)를 비교할 때 그렇다. 거버먼트는 정부로서 과거에 정부는 거의 모든 정보와 자원의 구심점이었다. 사회의 그 어떤 주체보다 최고의 인력과 최대의 자산을 가지고서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관하고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글로벌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부가 아닌 다른 주체들도 동등한 혹은 더 강력한 자원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더 이상 정부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국가를 넘나드는 다국적거대기업의 경우도 존재한다. 기업이나 국제기구에도 정부 못지않은 고급인력들이 상주하게 되면서 인적자원에서도 큰 차이가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는 선택적으로 또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가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나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정보를 공개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 민관협력의 흐름은 이제 당연한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거버넌스가 어떠한 것인지 이해를 했다면 이제 ‘글로벌 거버넌스’란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국가 단위에서가 아닌 국제사회 단위에서 확장된 거버넌스로 ‘글로벌 거버넌스’는 앞서의 거버넌스의 3요소에 복잡성이 극대화되었다. 문제와 목표에 있어서도 모든 세계가 동의하는 것을 찾기 어렵고,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관계로 참여를 보장하는 매커니즘이 어렵고, 결국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집행의 문제는 또 다른 현실로 연결되게 된다. 예를 들어 ‘황사’와 같은 경우는 글로벌거버넌스가 작동되는 기제이다. 어떤 특정 국가의 거버넌스(예를 들어 한국정부, 한국기업, 한국시민사회 등)로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황사가 중국에서 발원해, 서해를 거쳐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거버넌스는 중국정부, 한국정부, 일본정부를 비롯한 각 국가의 시민사회와 그 가치에 동조하는 기업들의 협력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의 미래숲이라는 NGO가 다양한 한국기업들과 협력해 중국지방정부 및 시민들과 공동으로 황사의 근원이라 알려진 ‘쿠부치 사막’에 ‘인공 녹색장성’을 만들어 가는 것은 그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거버넌스 시대에 NGO

앞서 언급한 글로벌거버넌스 시대에 NGO의 역할은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비영리라는 개념을 영어로는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이라고 쓰지만, 영어로 더 적합한 개념은 NPO(non profit organization)란 표현이다. NGO는 유엔헌장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개념이다. 유엔은 원래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이지만, 유엔헌장은 정부가 모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정부가 아닌 기구’ 즉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이 다양한 국제사회의 정치, 사회, 경제 분야에서의 활동을 인정하고 유엔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헌장에 마련했다. 따라서 NGO는 많은 경우 이러한 국가의 정책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NPO는 영리기업과의 대척지점에서 비롯된 개념으로서 영리활동을 주로 삼지 않지만, 특정한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영리기업이 아닌 기관’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일반 시민들이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많은 시민사회 기관들은 사실 NPO유형이 많다.

그것이 NGO든 NPO든 한국 비영리조직의 글로벌거버넌스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발표자가 다른 곳에 기고한 칼럼 전체를 인용해 보도록 하겠다.

 

한국 비영리조직의 영리영역 끌어안기 (김정태)

 

얼마 전 런던에서 “사회혁신의 에너지를 거둬들이기”(Harnessing the Power of Social Innovation"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다양한 연사들의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존재했다 ‘앞으로 5~10년 내에 많은 영리회사들이 혼합모델(dual model)을 채택할 것이다.’ 여기서 혼합모델이란 과거에는 각자 분리되어 발전되어 온 경제모델(영리)과 사회모델(비영리)이 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진정한 기업으로의 진화, 즉 모든 기업의 ‘사회적’ 기업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업의 이러한 변화를 비영리 조직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앨빈 토플러는『변화의 속도』에서 생존을 위해 ‘변화’에 가장 민감한 업계는 바로 기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변하는 세계, 변하는 소비자, 변하는 패러다임을 읽지 못하는 기업에게 남는 것은 ‘파산’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필름의 시작이자 대명사였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최근 파산한 것은 그런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 코카콜라, 퓨마, 다농, 나이키, 유니클로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일찌감치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Corporate Social Role)을 받아들이고 변신하고 있다. 즉, 기업이 자신들의 전통적인 영역인 ‘영리’를 넘어 ‘비영리’ 영역으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구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많은 개발원조 기구나 전통적인 비영리모델에 기반한 조직은 ‘영리’라는 영역을 포용하거나 기업과 같이 ‘경제모델’과 ‘사회모델’이 융합되는 변화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제3섹터라고도 불리는 비영리영역은 기존의 공공영역과 영리영역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그리고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대신 담당하는 ‘혁신’적인 영역으로 오랜 세월 발전해왔다. ‘영리’ 영역을 뒤흔들며 혁신을 촉발했던 그 ‘비영리’가 지금은 세대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에 있어서는 ‘영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흥미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지금 혁신은 대부분 ‘영리영역’을 통해 유발되고 확산되며, 이 책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피라미드의 저변’(Bottom of the Pyramid)에서도 시장중심 접근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다.

 

비영리 영역이 급변하는 사회변화와 사회변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집트에 위치한 아메리카대학교가 시행하는 리더십프로그램의 책임자와 화상회의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진화하는 이집트 민주주의 변화에서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나는 한국의 과거 민주주의 사례를 나누었고, 사회운동과 사회캠페인이 주류를 이루었던 그 당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혁신의 원천이 지금 세계에 흐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것은 바로 비즈니스를 사회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끌어들이는 ‘사회적기업가정신’이다.

 

정부가 1차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공간은 시장중심 매커니즘이기도 하지만, 사실 시장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장’에서 우리는 영리활동을 통해 삶을 살아간다. 많은 경우 원조의 현장, 비영리 운동의 공간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몸담고 살아왔던 그 매커니즘의 존재가 부정된다. 이 책의 저자는 개발도상국에서 무상원조를 통해 보급된 태양광 제품을 언급하면서 슬프게도 “대부분이 실패했다”고 분석한다. 그가 말한 사례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비시장중심 접근’의 하나일 뿐이다. 무상으로 보급된 태양광 제품은 유지관리, 기술이전, 유통채널 형성, 추가적인 시장구축 등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장기적인 폐해를 제공할 여지가 많다. 현지인들이 다시 과거의 제품 또는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은 대부분 시간문제다.

 

비영리조직이 과거의 혁신적인 존재로서의 역할과 미션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직원이 사회복지, 개발협력, 국제정치 등의 전공이나 관련된 경력을 갖추었다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시행할 때 ‘사회적 기업’적인 전략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경제경영 전공자와 배경을 갖춘 직원들이 채용되거나 최소한 이러한 그룹들이 내외부에서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비영리단체 경영진의 사고발상과 유연성이 중요하다. 영리기업이 ‘비영리’와 ‘사회’를 끌어안으려 몸부림치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고, 비영리조직이 기업체에서 배우고 적용할 수 있는 장점과 전략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유연한 사고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수많은 세월동안 해결해오지 못했던 절대빈곤의 퇴치가 성사될 혁신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은 과연 지나친 기대일까?

(출처: 『혁신의 탄생』(에이지21, 2012))

 

과거 NGO는 정부와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결함과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도록 견제와 혁신적인 대안제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시스템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방법론으로는 한계가 노출된 현재 요구되는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이라는 관점에서 NGO는 그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영리조직이 발 빠르게 전통적인 비영리 조직의 영역으로 들어가 융합의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NGO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영리/비영리, 정부/비정부의 이분법적 판단과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할 것이다.

 

맺는 말

그동안 거버넌스의 의미와 범위가 확장된 글로벌거버넌스의 의미, 그리고 그 변화된 시대에 있어서 NGO의 역할은 어떠해야하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거버넌스의 효과는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의 역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국가의 거버넌스와 글로벌거버넌스가 더 커져가는 다야한 사회문제와 갈수록 제한되는 자원의 압박 속에서 효과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의 역량강화와 필요한 경우 대폭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에서의 느리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 그리고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식의 변화경영 등을 체감하고 있지만, NGO계에서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혁신’은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NGO의 변화와 혁신은 NGO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NGO가 포함된 거버넌스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임을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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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427660.html
학력·학점·토익 올인보다 잠재력 길러야
관심분야 다양하게 경험하는 것도 방법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책 쓴 유엔거버넌스센터 김정태씨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스펙’(Spec: 제품명세서인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 점수, 기타 자격증 등을 총칭함)은 성공을 위한 지름길로 여겨진다. 학생들은 입시를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대기업 입사를 위해, 직장인들은 높은 연봉을 보장해주는 이직을 위해 ‘스펙’은 필수 요소로 통한다.

유엔 산하 기구 유엔거버넌스센터 김정태(33·사진) 홍보팀장은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갤리온)라는 책을 통해 “스펙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틀과 시각에서 벗어나 변하는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토리가 있는 사람만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스펙을 쌓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나를 긍정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유엔 사무국 직속기구인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거버넌스’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예전에는 어떤 이슈에 대해 정부 혼자서 계획하고 집행했다. 하지만 사회가 다양화하고 복잡해지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게 됐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 모든 주체들이 함께 모여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말한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에선 부패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버넌스에서는 참여와 협력에 기반한 ‘과정’을 중요시한다. 거버넌스의 3대 특징도 투명성, 참여성, 효율성이다. 이런 거버넌스의 개념을 유엔 회원국들한테 널리 알리는 게 센터의 목표다. 이를 위해 워크숍을 하고 국제회의도 연다.”


‘스펙 쌓기’ 열풍이 심각해진 것 같다.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고입과 대입에 대비한 스펙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을 펴낸 계기는?


“평소에 학생들에게 강의도 하고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스펙에 대한 고민들이 비슷했다. 반드시 스펙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을 되돌아봐도 스펙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스펙에 매달리는 것과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했는데, 스펙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스토리와 스펙의 차이를 말해주고 누구에게나 고유한 재능과 잠재력이 있다는 격려를 해줬다. 스펙은 경쟁을 통해서 쌓게 되는데, 시험 성적 하나에 학생들의 삶이 좌지우지되는 게 안타깝다. 내가 가진 잠재력을 발견한다는 ‘인간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게 된다. 성급하게 ‘자기계발’에 뛰어들어 더 큰 ‘인간개발’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



최근 여러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스토리’가 중요해진 이유는 뭐라고 보나?


“사람들이 왜 ‘슈렉’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나? 주인공이 매력적이고 잘 생겨서가 아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공적인 게 좋다고 생각했다. 스펙도 인공적인 것인데, 요즘은 인간적인 것으로 관심이 바뀌고 있다. 스토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극대화해서 드러내는 도구다.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면서 개인이 가진 스토리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에 본인의 스토리가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친구들에게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러면 국제기구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본다.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어서다. 최소한 1시간 동안은 국제기구에서 내가 일해야 하는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기구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계기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중국 어학연수 경험을 통해 국제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검색창’을 가지고 있는데, 나에 대한 ‘핵심어’를 주지 않으면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을 떠올릴 때 ‘전교 1등’이었다거나 ‘수학에 뛰어났다’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은 정말 독특했지, 어떤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잘하면 ‘일을 낼 것 같아’라는 식으로 기억을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준 핵심어는 ‘국제활동’이었다. 아는 후배가 ‘유엔거버넌스센터’라는 곳에서 채용공고가 나왔다며 알려줬다. 그 후배는 채용공고를 본 순간 나를 떠올렸고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지만 이메일을 보냈다. ‘기회’는 사람을 통해 오게 되는데,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게 바로 ‘스토리’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스펙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길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첫째는 신뢰의 문제다. 스펙은 신뢰를 주지 못한다. 토익 점수가 900점이 넘어도 영어 회화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실무에 투입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편 토익 성적은 없지만 영어 동아리 활동을 했고 국제회의에서 통역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다. 과연 누구에게 기회를 줄 것인가?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 신뢰를 줄 수밖에 없다. 요즘 면접은 역량 중심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가정형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어 본다. ‘구체적 경험을 얘기해 달라’는 식이다.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그런 경험들이 풍부하다.

둘째는 시간의 문제다. 토익 점수의 유효기간은 2년이다. 하지만 스토리는 시간이 갈수록 힘을 얻게 된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한 사람들에겐 언젠가 기회가 오고 역량이 쌓이면서 장기적으로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스토리와 스펙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스펙은 스토리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근데 왜 거기에만 집중을 하나? 스토리가 확보된 사람은 스펙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최근 서울대가 공개한 ‘입학사정관제 가이드라인’을 보면 무리한 스펙 쌓기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과도한 스펙보단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뭔가?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나만의 스토리 만들기가 중요해진 것 같다. 우선 학교 공부는 기본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시키는 것 말고 자기주도적으로 뭔가를 시도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도서관 사서가 꿈이라면 학교 도서관에서 가서 자원봉사를 해보는 거다. 스스로 해보는 경험을 통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건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학교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청주에 있는 상당고등학교에 강의를 하러 갔는데, 학생들이 모두 자신의 꿈이 적힌 배지를 달고 있었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나의 비전 갖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미래의 모습을 학교가 인정해주면 아이들도 자신감을 갖게 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스펙 중심 사고’와 ‘스토리 중심 사고’는 삶에도 큰 차이를 낳는다고 한다.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스펙 중심의 사고는 자기계발에만 집중하게 한다. 다른 사람과 견주어 뛰어나야 의미가 있다. 이력서 항목을 중심으로 내 삶을 채워넣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는 ‘나’에 집중하게 한다. 스펙의 관점에선 중요하지 않은 ‘글쓰기와 책읽기’가 스토리를 위해선 중요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력서의 사진을 넣는 공간에 1년 동안 몇권의 책을 읽었는지를 적게 했으면 한다. 읽은 책 목록도 첨부하게 해서 면접에서 질문을 한다면 삶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스토리에 뭘 담을 것인지도 중요할 것 같다. 튼튼한 스토리의 조건은 뭐라고 생각하나?


“스펙에선 성공만이 중요하다. 실패의 사례는 이력서에 넣지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에는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도 의미를 지닌다. 실패 사례를 통해 내 열정과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 분야에 필요한 역량의 근육을 키웠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스토리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역량’을 담아야 한다. 어떤 계기로 이 일에 관심을 갖고 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개발했는지를 써줘야 한다.

누구에게나 심고 싶은 작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밭이 비옥하지 않다면 어떤 작물을 심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밭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 즉 내가 가진 잠재력을 찾아내 역량을 개발한다면 어떤 열매든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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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정선영 2010.06.29 09:10 신고

    와~ 멋있어요~~ ^^

지난 17~18일 국제회의를 마치고 이제 한 숨을 돌린다. '거버넌스'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유엔거버넌스센터에 와서 '거버넌스'를 접한 지도 이제 4년차. 처음엔 막연하기도, 모호한 개념들이 최근엔 아주 실제적으로, 그리고 흥미롭게 해석되고 있다.

국제회의의 주연설자였던 가이 피터스(글로벌거버넌스 분야의 최고석학 중 한 명)는 "거버넌스란 steering(조향 또는 조정)이다"라고 간결하게 정의한다. 한 가지 방향과 목표를 향해 다양한 행위자들을 조율하고 인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를 쉽게 이해하자면, 월드컵 축구를 떠올려보면 좋다.

얼마전 남아공 월드컴 한국-아르헨티나 전 후반부를 시청할 때였다. 한국이 1:2로 지고 있는 상태에서, 최전방 수비수가 골을 몰고 미드필드를 넘어 아르헨티나로 깊숙이 들어왔다. 순간 차범근 해설위원의 해설이 나왔다.

"지금 급하다고 해서 저렇게 수비수가 자리를 이탈해서 치고 올라오는 것은 위험합니다. 자신의 자리가 비게 되면, 역공을 당할 때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거든요. 저러면 안됩니다. 급하다고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거나 무시하면 안되죠."

순간, 아하.. "거버넌스란 그와 같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버넌스란 UN의 정의를 살펴보면 the process of decision-making(의사결정 과정) 또는 the process by which decisions are impplemented(결정사항이 실행되는 과정)을 말하며,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그 달성되어가는 과정의 참여성, 투명성,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서울로 가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결과만 좋으면 어떤 경로를 통했어도 상관을 안했지만, 지금은 결과 이전에 그 과정 자체의 합법성/합치성/합리성도 중요해졌다.

거버넌스란 마치 축구를 하는 11명의 팀과 같다. 예전에는 정부(government)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을 책임졌지만, 문제의 다극화, 복잡화를 거치면서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공공문제 해결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기업,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의 또다른 책임주체의 의사결정 및 의사결정 집행 참여가 요구되는 것이다. 정부는 조향(steering)의 역할을 할 뿐, 모든 과정을 예전의 단독자처럼 역할할 수 없다. 각각의 주체가 자신의 맡겨진 책임과 위치를 지킬 때, 공동의 목표가 더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거버넌스에 대한 믿음이다.



이러한 거버넌스는 사실 우리 삶에 적용될 수 있다. 축구선수 11명 누구나 대표선수인 것처럼, 거버넌스 원칙이 적용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누구나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주인의식은 개개인의 숨겨진 잠재력이 100% 이상 발휘되도록 하는 마법과 같다. 단, 이러한 거버넌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향자(steering role)를 맡은 초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많이 드러낼 수록, 더 많은 참견과 통제를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할 경우, 각 구성원의 섬세한 주인의식은 자라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어렵다. 행사 다음날, 몇 년간 알아왔던 한 분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한다. 그게 쉽지가 않다.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려하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내가 바로 여기 있다' '내가 제일 중요하다' '스포트라이트는 내 것이다'라고 말하려는 강렬한 욕구를 참는 게 절대 쉽지 않다."고 했다. 

내가 유엔거버넌스센터에 있으면서 얻게 되는 많은 유익 중의 하나가 바로 '거버넌스' 정신의 실습이다. 다양한 행사와 회의를 진행하면서, 우리 센터가 지향하는 '거버넌스'를 실제로 실현해보려 개인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각자가 책임성 있는 주체로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11명의 축구선수 처럼, 자신의 역할을 누군가의 명령과 통제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며칠 전부터 읽고 있는 <복잡계>와 관련된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일견 복잡한 현상 속에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는데, 그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율'과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사분란한 통제와 수직적인 위계로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창의성의 발현이, 한편으로는 뭔가 어수선하고, 느슨하며, 강렬한 '리더'의 부재로 보이는 현상 속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 다는 것을 '복잡계' 이론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올 여름은 거버넌스와 복잡계에 대한 심도있는 개인연구를 할 생각이다. 기존에 진행했던 스토리(story), 그리고 이전에 진행했던 '창의성의 발현'이란 주제와 맞물려, 뭔가 복잡하면서도 재미난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카리스마형(Charisma)이 아니라 거버넌스(Governance)형 인재가 운신할 환경이 급증하고 있다. 협력과 공존, 스토리의 기반은 경쟁 또는 복속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주인의식에 있기 때문이다. 해서 누구는 leadership이 아니라 ownership을 개발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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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깨어있으라! 2011.01.29 14:14 신고

    좋은 말씀 감사 합니다. 저도 영어 스피치 모임의 운영을 보며 올바른 조직과 리더의 방향에 대하여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저는 생각만 할 줄 아는 반면, 김정태님 께서 이렇게 글로 표현하여 주시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오늘도 님을 보며 이렇게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생으로가득한 2013.01.15 15:03 신고

    거버넌스로 검색하다 우연찮게 들어와서 좋은 글 읽고 갑니다~ㅎ.ㅎ

그동안 센터 활동기를 많이 못썼다.^^ 오늘은 투표를 마치고, 잠깐 아내와 아들(한결),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의 국립박물관에 가서 정말 잠깐 관람하고, 식사 한 뒤에 사무실로 출근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곧 있을 17일-18일 국제행사 준비는 뒷전이고, 이렇게 블로그를 먼저 할 정도로 여유롭다. :)



이 사진은 3월말에 마포 가든호텔에서 있었던 '녹색성장: 굿거버넌스로 가는 길'이란 아태지역 공무원 훈련프로그램의 사진이다. 원장님 이하 직원들과 함께 해주었던 인턴과 청년홍보위원분들이 함께 찍었다.




5월 6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한 '2010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연구' 보고서 발간설명회를 가졌다. UNESCAP과 공동으로 주최한 이 행사에서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사회 현황과 도전 과제는 무엇인지를 알아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보고서 영문 원문은 아래 PDF파일에서 다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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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거버넌스 김정태


대학 시절 내놓을 만한 스펙은 갖추지 않았지만, 무궁무진한 스토리는 누구보다 많았기에 명확한 소명의식을 갖고 유엔 거버넌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김정태 홍보담당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대학원생일 때 대기업, 공공기관, NGO에서 인턴으로 일을 해보며 ‘이 기관이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그는 결국 공공이익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가 적성에 맞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대학 졸업 후 그의 이력서에는 남들처럼 자랑할 만한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취업의 관문’ 앞에선 그도 여느 청년들처럼 좌절도 맛보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스토리가 가득한 그의 이야기가 통했다.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6살 때부터였다.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니었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유엔본부에서 인턴십을 마친 뒤 어느 NGO 단체에서 일하던 중 후배의 도움으로 유엔 거버넌스 직원 모집 공고를 접했고, 우연찮게 알게 된 그 기회를 그는 확실히 잡았다.


“꼭 유엔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NO.”라고 대답하는 그. 그는 만나는 대학생들마다 ‘직(職)’과 ‘업(業)’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에게 유엔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하나의 ‘직’일 뿐이지, 유엔 그 자체가 목적이고 ‘업’일 수 없다는 것. 많은 젊은이들이 눈에 보이는 ‘직’에만 초점을 맞추고 매달리기에 자신의 ‘업’이 무엇인지, 즉 자신의 미션과 이루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데 소홀해지기 마련이라며, 먼저 자신의 ‘업’을 분명히 알면 ‘직’은 따라오게 된다는 주장은 그의 삶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었다.


대개의 학생들은 ‘유엔’ 하면 ‘외교관, 근사한 국제회의, 멋진 사무실’ 등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은 실제로 일해 보면 금방 깨진다. 유엔도 하나의 조직이기에, 여느 조직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역·언어·종교·국민성 등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같은 업무를 하기에 ‘소통의 한계’가 늘 존재하지만, 근무하면서 그가 느낀 건,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국가기관이든 NGO든 유엔이든, 결국 그곳을 통해 누구에게 서비스를 주고 있고, 누구를 ‘왜?’ 섬기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사람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이 많아지면 결국 그 조직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 거버넌스 센터는 governance가 왜 중요한지를 전 세계 유엔 회원국 192개국에 전파하고 있다. 이전에는 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했기에 일방적인 하향식 명령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government식 통치구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제기구, NGO, 학계 등 시민사회가 국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참여하고 활동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여 현대사회는 개개인이 하나의 주체가 되는 시대로 시대정신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그는, 자신의 홍보업무에서부터 거버넌스의 체제를 실행하고 경험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한 예로, 지난 10월 23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유엔의 날’ 기념행사 준비를 청년 홍보위원들에게 맡겼지만 행사 전날까지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다. 거버먼트식 체제를 고수했더라면, 그는 홍보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닦달을 하거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자신이 직접 손을 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다렸다. 자신의 삶 한 부분부터 거버넌스 체제를 시도하고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신뢰’를 갖고 끝까지 학생들을 기다려준 결과, 행사는 어느새 학생들 모두의 일이 되었고, 각자 주인의식을 갖고 준비한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이었다. 더욱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1~2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신기하게 이것이 유엔 거버넌스의 일이나 홍보담당관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 행복했다’고 전화하는 홍보위원들의 말에 가슴이 뿌듯하기도 했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예일 뿐이지만, 거버넌스는 UN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이제 시대는 명령·통제형의 카리스마적 리더보다 모두를 주인으로 만드는, 모두를 리더로 만드는 공존의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하기에 대학생들의 동아리든, 팀 프로젝트든, 회사든, 국가정책결정 기관이든 모든 곳에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을 때만 해도 이력서가 없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읽었던 700여 권의 책과 방학 때마다 다녔던 해외 배낭여행, 그리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만이 가졌던 문제의식들이 훗날 국제활동을 하는 데 엄청난 자산이 되었고, 지금도 책을 집필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영리의 관점에서만 보았기에 놓쳤던 것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그는 출판사 ‘EDIT THE WORLD’ 대표로서 ‘청년의 잠재적 역량 개발’을 목표로 100여 명의 일반 학생을 저자 및 역자로 데뷔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이미 35명의 대학생들이 저자 및 역자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이 중엔 대학생 새내기도 있다고 한다.


공공이익의 증진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신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는 오늘도 대학생들에게 이력서 중심의 대학생활보다 정말 중요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 그것을 향해 달려나가길 조언한다.

 

* UN 거버넌스 센터 United Nations Project Office on Governance

유엔 거버넌스 센터는 유엔사무국 직속기관으로, 192개 유엔 회원국의 거버넌스 역량 증진을 돕기 위해 2006년에 설립되었으며, 회원국간 거버넌스 관련 우수 사례 공유, 연구 조사, 교육 훈련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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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현재는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환경계획(UNEP) 녹생경제이니셔티브팀(www.unep.org/greeneconomy)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김주헌 씨(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석사과정)가 기고한 글을 이곳에도 공유합니다.

현재 유엔거버넌스센터 청년홍보위원장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 김주헌 씨는 2009년도 환경부의 국제환경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한국에서 세계를 품다: 국제대학원에 도전하라>(에딧더월드) 대표저자이기도 한 김주헌 씨의 블로그는
www.climatechangeupdate.org 트위터는 @juhernkim입니다.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      대한민국 유엔 활동의 중심, 거버넌스를 실험하다

 

김주헌
연세대 국제대학원 석사수료
유엔거버넌스센터 청년홍보위원장(現)
UNEP 제네바사무소 인턴(現)



대학원 학업에 지친
2008년 어느 가을. ‘국제학이라는 학문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한국의 인프라에 대해 한탄을 하던 중, 흥미 있는 공고를 보았다. 유엔거버넌스센터? 그 때만해도 United Nations Governance Centre라는 영문 명칭을 (현 영문 공식명칭은 United Nations Project Office on Governance) 사용하던 이 곳은, 제대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유엔 기구인지, 연구소인지, NGO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곳인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막연히 배운 것을 실현할 곳을 찾던 한 대학원생 신분으로서, 단지 ‘UN’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이곳에 지원했다. 사실, 그렇게 준비된 지원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 필자는 2008 12월부터 2009 3월 동안 정식 인턴을 수행하고, 인턴이 끝난 후에도 지난 2009 10월 중순까지 UNPOG 청년홍보위원 활동을 하면서 UNPOG와의 끈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그렇게 오랜 기간 UNPOG라는 울타리에서 생활을 했던 것은, 단지 ‘UN’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명 그 곳에 배울 무언가가 있었고 기회가 때문이다. 이 짧은 글에서는 현재 국내 유엔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UNPOG에서의 인턴 및 다양한 활동 경험을 원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의견들을 몇 가지 나누고자 한다.

 


인턴 선발

인턴선발의 경우는 웹사이트를 통해 공고를 하고, 서류전형 면접을 거치는 정식절차와, 예전 인턴 선발 시 면접에서 탈락되었으나, 주요 인력으로 분류가 된 기존 pool을 이용해 면접만을 통해 선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물론 내부 방침에 따라 선발 방식은 변경 가능할 것이고, 한국 사회의 특성상 인맥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더 어리석은 일이다.)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여느 조직에 지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영문 이력서와 면접이다. 영문이력서는 본인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간략하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중요 사건별로 나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력서를 통해 삶의 흐름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면접관들이 이 지원자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라고 단 번에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다양한 영문이력서의 사례를 많이 참고하는 것이 좋다.

면접에서는 본인의 강점을 최대한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어실력은(Writing+Speaking) 기본이다. 이 부분은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지원자가 당연히 갖춰야 할 기초적인 덕목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UNPOG는 한국인 공무원, 외국인 유엔 직원들, 그리고 청년 홍보위원 (UNPOG에서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청년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자세한 활동은 웹사이트에서 참고 가능하다)과 함께 일하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수한 거버넌스 업무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본인이 한국인 공무원들을 보조하는 것이 능한지, 외국인 유엔직원과 커뮤니케이션에 능한지, 혹은 청년 홍보위원들과 어떤 업무를 같이 추진할 수 있는 지 등을 잘 고려해서 면접 시 자신의 강점, 즉 조직에서의 활용도를 나타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영어를 조금 못한다고 해서 (물론 잘 할수록 좋다),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직장 경력을 살려 한국인 직원들을 보좌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고, 경력이 있었지만 인턴으로서 허드렛일부터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했다. 물론, 기본적인 영문 문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대학원 때 만들었던 영문 잡지를 통해 홍보했고, 영어 면접도 통과했다..

 


굽혀야 펼 때가 있다
!

 

"사나이는 자기를 굽힘으로써 자신을 펴는 걸세.

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자기를 굽히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 있는가?

사람이라면 이 굽힐 굴()과 펼 신() 두 글자를

마음속에 새기고 반복해서 그 뜻을 헤아려야 하네."

 

- 옌전(閻眞), '창랑지수(滄浪之水)'

 

위의 중국 고사는 인턴직을 수행하려는 젊은 분들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의 표현 중 사나이라는 남성 중심적 표현은 옛 글이라는 점에서 너그러이 넘어가도록 하자.) 한 마디로 말해 인턴은 인턴이다.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정직원이 되는 것처럼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일을 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는 데 그런 환상은 진작부터 버리고 몸을 낮추는 것이 좋다. 물론, 자신의 의견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최대한 피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인턴은 큰 조직 중 의사결정권이 없는 조직도 상 가장 말단에 위치한 인력이다. 특히 유엔 본부의 경제사회이사국(UNDESA)에서 큰 결정을 내리고, UNPOG의 원장, 외부 파견인력과(외국인),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협력을 통해 세세한 결정이 내려지는 구조를 고려했을 때, 관료제의 특성상 한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거버넌스가 필요한지는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턴이 무엇을 주도할 수 있는 일은 실질적으로 없다. 주눅들 필요는 전혀 없지만,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존중해야 배울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참고로 필자는 사기업에서의 경력이 있다 보니, 더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 괜히 고민을 한 적이 많았다. 인턴의 신분을 가끔 망각한 적이 많았던 것이다.)


         어쨌든
,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합격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들어가서는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점점 일의 중요도를 늘려 나가는 것이다. 한 가지 조언은 자신이 보조하는 직원의 업무를 덜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간단한 사무보조 업무부터 사업계획서에 참여하는 등 주어지는 일을 가리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으며, 2007 12월부터 2008 3월까지 3개월의 인턴계약기간이 끝나고 계약 연장을 요청 받았지만, 개인 및 센터의 사정으로 더 일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후에 청년홍보위원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UNPOG에서 간접적으로 일을 했으며,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 지금도 UNPOG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참고로, 필자는 현재 스위스에 머물고 있는데 얼마 전, UNPOG로부터 깜짝 선물까지 받았다.)

 

네트워크

전 단락의 마지막 문장을 유심히 읽은 사람이라면, UNPOG가 지금 어떤 곳인지 조금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인턴이 끝난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UNPOG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끈끈한 지를 조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UNPOG 출신 인턴 및 청년홍보위원들은 그 업무의 종료와 상관없이 프로젝트별로 만나고 공동으로 일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것은 앞서 말한 UNPOG의 관료제적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UNPOG만의 강점이기도 한데, 이런 시스템이 도입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Governance)를 다루는 기관답게 내부적으로 자발적인 네트워크 형성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UNPOG는 청년홍보위원, VISIT UNPOG, MEET UNPOG 등의 다양한 실험적인 활동을 통해 그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 주었다. 한국적 토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하관계도 아니요, 그렇다고 무질서한 분위기의 조직도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면서 행사를 조직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장()이다.

 

국내 유엔 활동의 구심점

   유엔활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UNPOG는 지난 2009 10 23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유엔의 날 행사를 주최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유엔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규모는 작지만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 위치한 유엔경제사회이사국(UNDESA)의 산하기관이고, 유엔 사무부총장을 행사에 초대할 정도로 파급력이 있는 기관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대사 및 유엔대사를 지낸 최종무 원장, 설립 초기에 입사해 근속년수로는 UNPOG 최고참으로서 UNPOG의 실무를 이끌어 온 김정태 홍보담당관은 현재의 여러 변화의 중심에 있다. UNPOG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유엔 경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직이 작다 보니 높은 직책의 분들과 지근 거리에서 일을 하며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 청년 홍보위원 활동 등 다양하고 실험적인 유엔 프로젝트를 경험함으로써 본인이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를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서는 얻기 힘든 유엔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UNPOG 내의 정직원들은 모두 경험이 상당하고 방대한 인적네트워크를 가졌기에 내부에서 네트워크를 잘 한다면, UNPOG 이후 경력개발을 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유엔과 행정안전부가 맺은 국제 조약을 기반으로 탄생한 UNPOG. 앞으로 유엔기구라는 국제성과 한국적 토양의 특성을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융합시킬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 이름처럼 거버넌스에 달렸다고 하겠다. 유엔, 국내에서의 국제활동, 그리고 거버넌스를 실제 경험해 보고 싶은 젊은이들은 UNPOG의 단기 인턴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 적은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만큼,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다양한 거버넌스 실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유엔의 복잡한 구조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UNPOG에서 본인의 경력개발을 위한 최대한을 얻어가길 바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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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허성용 2010.02.18 17:23 신고

    잘 읽어보았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자세하게 써주셔서 관심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같아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펙 보다는 스토리로


  2009년 11월 21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서울시립대학교 법학관 111호 에서 제3차 안암지부 필수포럼이 열렸다. 'Case로 보는 경제사'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UN 거버넌스 김정태 실장과, YLC 안암지부 운영진들, YLC 안암지부 신입회원 등이 참석하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연사의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기존과는 다르게 강연이 먼저 이루어졌으며, 강연이 끝난 후 포럼이 진행되는 형식이었다.


연사는 현재 유엔 홍보담당관으로서 YLC 회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Story win Spec)'라는 말로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우선 연사는 청년을 키우지 않는 한국사회를 비판하며 빈곤의 새로운 정의를 말하였다. 그는 빈곤을 기존의 '가난하다'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개개인의 고유한 잠재력을 실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박탈당한 상황'이라 재정립하였다. 또한, 연사는 '우리들은 지금 빈곤하지 않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화두에 대한 구체적 논의로 연사는 기회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그는 '기회는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스스로에게 기회를 선사하고 사람에게 집중하면 빈곤하게 되지 않으리라'는 요지였다.

  또한, 그는 직과 업을 구분하라는 말을 하였는데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직이란 단순한 근무지일 뿐이며,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대체가 가능하며 직의 마지막은 은퇴다. 하지만 업이란 평생을 두고 하는 것이며 업의 마지막은 걸작(Masterpiece)이다" 이를 통해, 그는 스펙만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이어 그는 '스펙은 우리들을 더 뛰어나게 하지 않고 단지 더 우세하게 만들 뿐' 이라며 스펙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래서 연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자'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는 안암지부 회원들에게 이제 '스펙 쌓기의 시대'는 갔다고 말하면서, 지금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또, 자신만의 특징을 노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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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해 나가라 그리고 많은 체험을 하여라' 그는 이런 말을 하며, 기록을 하려면 많은 경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연사는 "이러한 경험과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간접적인 것으로서 독서를 들 수 있고, 직접체험으로서는 여행이나 봉사가 있다"라는 구체적인 방법들까지 제시하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Harry Holt의 거룩한 불만족의 사례를 제시하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룩한 불만족을 따라가는 것이다. 스펙을 쌓기보다는 진실 되게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스토리, 즉 업을 추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강연이 종료된 후 그는 몇 가지 질문사항을 받았다. 연사는 이어 '시간이 좀 더 충분했더라면 연사 자신의 이야기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신입회원들도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였으며, 이날 강연은 이렇게 종료되었다.


  강연 후 안암지부 5개 조의 조별 발표가 시작되었다. 각 조는 대 주제인 'Case로 보는 경제사'의 하위 다섯 개의 소주제를 나누어 가지며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날 도전 조는 한국경제의 3고 3저라는 소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진행하였으며, 협동 조는 금융위기의 한국경제를, 지혜 조는 경제 대공황과 대공황 이후의 세계경제, 열정 조는 자본주의 가속화와 신자유주의 경제, 마지막으로 창의 조는 시장 자유화와 세계통합화 과정의 세계경제의 소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진행하였다. 안암지부 부 지부장의 주재로 각 조별 발표가 진행되었다. 각 조마다 프레젠테이션을 차례로 실시하고,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도전 조 김남성 군은 이날 포럼에서 "모든 조들이 바쁜 와중에도 PPT 준비 및 발표에 노력한 흔적이 보였던 것 같다. 다들 열심히 자신의 조의 주제에 몰입해 보기 좋았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그는 김정태 연사님의 강연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소감을 밝혔는데, "그의 강연을 듣고 나서 스펙의 연연하고 고민하기 보다는, 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았다" "강의가 마치 멘토가 이야기를 해주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이번 포럼에 대해서 깊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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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fishabm.tistory.com BlogIcon 어복민 2009.12.09 16:58 신고

    개개인의 고유한 잠재력을 실현 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내용과
    직이란 단문한 근무지, 업이란 평생을 두고 해야할 것이라는 내용에 참 인상적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갈 것인지 더욱 고민해보게 해주는 내용이구요...
    기록하라! 체험하라! 라는 메세지와 정태님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비록 강연은 못 들었지만 두고두고 읽고 싶은 기사네요...
    언젠가 정태님의 강연을 들어볼 기회를 꼭 마련하고 싶습니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라는 컬럼 더 열심히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untoday.tistor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09.12.10 14:43 신고

      감사합니다 복민씨. 기록하라!는 사실 복민씨가 제게 더 모델이죠. 기록을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행복의 유통자'이시잖아요? 감사합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yf2009.tistory.com BlogIcon 세계개척자 2009.12.11 11:29 신고

    우와 다른 사람이 깔끔하게 정리해주니 더욱 빛이 나네 그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죠’ 긴급구조현장에서 일하는 바람의 딸 한비야의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그렇다면 한 번 쯤은 내 열정을 다해 세상을 따뜻하게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촌 공공이익 증진에 사명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바로 국제기구다. 이에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 거버넌스 센터’에서 홍보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정태 씨를 만났다.


이전에는 각국만의 문제였던 것들이 세계화의 흐름을 타고 우리 모두의 글로벌 이슈가 됐다. 예를 들어, 중국의 황사문제는 중국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이지만 한국, 일본까지 피해를 준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한국, 일본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 국제기구, 학계, 자원봉사자 등의 각 주체가 함께 노력해야한다.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버넌스라고 하며, 유엔 거버넌스 센터에서는 각 나라마다 거버넌스가 실행이 되도록 홍보를 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우수사례들을 알리기 위해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국제기구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유엔 및 관련 국제기구의 사무국에 수습 직원으로 파견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에서 시행하는 JPO(초급전문가제도 시험), 유엔 사무국이 주관하는 NCRE(국별경쟁 시험)이 있다. 이외에도 유엔 사무국에서 인턴쉽을 해보거나 유엔 봉사단이라는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국제기구에 취업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한국에서 유엔과 관련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의 보고인 유엔 사이트(www.un.org)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관해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엔에서는 자격증이나 점수보다는 개인의 역량에 대해 크게 평가한다. 이에 대해서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서 스펙을 쌓는 데에만 대학 4년을 보내게 되는데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요구한다. 스펙은 내가 가장 잘 본 점수만을 이야기한다면, 스토리는 내가 실패했더라도 시도해봤던 경험들을 통해 나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펙이 아니라서 무시했던 독서나 자신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태씨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유엔에서 일을 한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보람있다. 그 중에서도 국제 이슈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기획했을 때, 사람들이 이슈들을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그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게 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우들에게 “국제문제의 경우에는 거대담론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인간은 문제를 앞에 둘 때 문제 해결능력, 직관, 창의력이 샘솟는다고 한다. 그것은 보통의 불만족이 아니라,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는 의미에서 ‘거룩한 불만족’ 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이슈들의 해결은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 만남 등의 직접 경험과 독서, 강의 등의 간접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내가 무엇을 진정 좋아하는지 모른다면 ‘폭넓은 자기 노출’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정태씨 블로그 : http://www.theun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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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자영 기자 swpress97@hanmail.net
사진 : 김태양 기자 swpress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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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hubnbridge.tistory.com BlogIcon 무한긍정 2009.12.10 00:55 신고

    사진이 흑백으로 나와서 뭔가 역사적인 인물의 느낌이 나는걸요 ^^

  2.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yf2009.tistory.com BlogIcon 세계개척자 2009.12.11 11:34 신고

    여기 저기 캠퍼스 마다 김정태! 김정태!!! 다음부터 여대 갈 때는 나도 대려가주삼^^ ㅋㅋㅋ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untoday.tistor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09.12.16 21:32 신고

      그럲잖아도, 서울여대 학보기자분들께 "서울여대에서 꼭 강의하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형도 같이 가실까요? 이번 기회에 동국대에서 했던 것처럼, '강의단'을 조직해서 하는 건 어때요? ㅋ

유엔거버넌스센터는 10월 22일(목) 오전과 오후에 별개의 국제행사 2개가 성남과 인천에서 각각 있었습니다. 그리고 23일(금) 유엔의 날 행사와 25일(일)~28일(수)까지 필리핀 지방자치전자정부총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비상이었고, 저는 특히 UN4U 행사와 필리핀행사 총괄하면서 필리핀행사에 필요한 동영상제작, 홍보부스 제작, 발표자 수속 등을 진행했답니다. UN4U는 특히 인턴+청년홍보위원+인턴OB 등 14명이 함께 준비를 도왔는데, 이 분들도 중간고사와 겹치는 바람에 행사가 시작되는 주가 가장 빡빡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N4U라는 행사를 시도했던 이유는. "이런 기회를 통해 자라나는 학생분들이 분명 배우고, 도전받고,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임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행사가 끝난 뒤에 제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셨던 몇몇분들과, 국자인 회원분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그 성과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거버넌스'의 가치를 밑습니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각각의 주체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통의 목표달성을 위해 일하는 과정"을 뜻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거버먼트(government) 처럼 중앙통제적이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치와는 달리, 각각의 역할과 주체성, 그리고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거버넌스입니다. 거버넌스란 귀중한 가치이긴하지만, 통제된 결과를 기대하거나 일사분란한 완벽함을 원한다면, 오히려 위험한 시도일 수 있습니다. 거버넌스란 깨지기 쉬운 가치인데, 그 이유는 '확실한 결과를 위해 중앙통제하고, 교정하고, 획일화하려는 욕구'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합니다. 신뢰가 없기에, 맡기거나 기다리지 않고, 혼자 처리해버리게 됩니다.

이번 필리핀행사에 갔다오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행사가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하며, 일견 혼잡해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특유의 즐거움과 자유, 그리고 축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식 행사는 많이 아시겠지만 '고도의 통제와 차분함, 그리고 빈틈없는 연출과 진행'으로 유명합니다. 예전에도 유엔직원이 제게 이런 말을 했었지요. "한국이나 일본의 행사 진행은 정말 탁월한데,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제게는 '국내 최초의 20여 주한 유엔기구 및 관련기관 총출동'이나 '유엔사무부총장 참석' 또는 '600명이 Seal the Deal 캠페인을 했다'는 것도 즐겁고 자랑스럽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은 바로 UN4U행사를 스스로의 힘으로 기획하고, 진행해본 UN4U 준비팀(인턴+청년홍보위원+인턴0B)의 "한국청년"들입니다. 한국사회가 아직 어리기에 기회를 주지 않거나, 그 잠재력을 인정하지 못했을 뿐, 엄청난 잠재력과 열정을 가진 일단의 한국청년들이 스스로의 주인의식을 가지고, "많이 미숙하지만" 뉴욕UN본부 이외의 '유엔의 날' 단일기관행사로는 최대인원을 대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봤습니다.


'골든벨'도, '유엔직원 토스쇼'도, 'Seal the Deal' 캠페인도, '유엔애국가 연주'도... 모두 한국청년들의 기획과 연출이었습니다. 사실 전날까지.. 또는 행사당일까지 몇 개의 내용은 완전한 진행안을 총괄책임인 저도 보지 못했지만, 그들을 신뢰하기에, 또한 이것이 바로 '청년홍보위원'으로서 실제로 '거버넌스'를 체험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하기에, 저는 그들을 그저 '신뢰'했습니다. 한국 청년들이 어리지 않다는 것을 꼭 보여달라는 응원과 함께.  


 행사를 마치고.. UN4U준비팀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확인해보니; 당일 오전까지 시험을 하고 전날에 잠을 한 숨도 못자고 달려온 분이 4명, 멀리 춘천에서부터 와서 저녁식사가 첫 식사라고 말한 분이 3명... 하지만, "행사의 주인공이 바로 저인것처럼 느껴져서 배가 고픈 것도 잊었어요"라고 말하는 그들에게서 한국청년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엿보았답니다. 이들에게 기회만 제공된다면, 그리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네 꿈을, 가능성을 펼쳐보라!"고 신뢰해준다면, 이들이 어떤 큰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저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혼자 늦게 사무실에 근무하며 준비하면서 제게 쪽지나 이메일, 문자를 통해 다수의 학생분들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 중에 이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감에게 싸인 못 받아서 못 참가하게 됐네요.. 너무 아쉬워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자인데, 답변을 보내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지금 교감하고 직접 애기했는데 관람위주이고 실적이 없다고 헛소리 하시네요ㅠ"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다시 방법을 생각해 답변을 했습니다. 그 다음날. "어제 교감쌤께 말씀드린게 효과가 있었는지 결재해주셔서 낼 참여할 수 있게됐어요^^" 그 분이 누군지 저는 알지도 못하고, 행사 당일에 만나뵙지도 못했지만, 다들 그렇게 행사에 어렵게 참석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준비팀도 눈에 안보이는 한 명을 위해, 그 사람이 행사의 VIP인 것처럼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결심했습니다.


행사 당일, 갑작스럽게 사회를 맡으신 회사 직원이 독감이 들어 참석을 못하게 되었고, 행사진행을 모니터링하거나 '문제해결'로 대기해야 하는 제가 사회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새벽에 올라와 함께 짐을 옮길 '홍보위원' 남자 한 분은 불미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오늘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까?" 인간적으로 참 당황스러웠던 그 순간에, 준비팀은 아니지만 한 후배가 아침일찍 와서 저를 도와 봉고차 한대 분의 짐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마침 당일 23일자 '조선일보' <유엔 단편동영상 경연대회 1등>이란 제목으로 인터뷰 기사가 나온 후배였습니다. 그런 후배에게, 짐 옮기는 것을 맡기는게 무척 미안했습니다. 그후 필리핀에 있을 때 후배에게서 아래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가치가 있었던 시간은요. 박스를 혼자 날랐던 순간이었어요.

콜벤 아저씨를 보내드리고 박스를 혼자 내부로 나르는데.
눈물 글썽이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조선일보에 보도된것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예전 "아버지의 깃발" 영화에서 보았던것처럼. 언론이란 것이 잠시 잠깐의 가십거리들을 쫓아 다니는 집단이고.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컵처럼, 저에 대한 기록도 일회용 일거란 생각 말이죠.
지금 이순간에는, 연합뉴스, 뉴시스, 행정안전부 원자력과 로부터 쉴새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이것저것 묻지만.

그것이 정말 한순간의 일이란것.
깨달 았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명해지고, 훌륭한 일을 해냈다 사람들의 칭송을 얻는것보다.
뒤에서 조용히 남을 위해 땀을흘리며 박스를 나르는일이.
제게 평안을 주고
기쁨을 주고
겸손의 미덕을 가르쳐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네.
물론 제안에 제 인생을 향한 성공욕과 훌륭한 일을 해보픈 꿈같은게 가득하기 때문에.
계속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중요한건
박스를 겸손히 나르며 즐거워 할줄아는 소소한 만족감 같은것 인 것 같더라구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제 박스를 나르며
눈물을 훔치며,
전 아무리 높은 사람이 되더라도, 아무리 언론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더라도
계속, 허드렛일을, 내 몸을 굽혀 하는 노동을 기뻐하고 즐거워 하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계속 다짐해 보았습니다.



UN4U 행사를 통해 저는 다시한번 "한국의 청년들은 이렇게 잠재력이 뛰어나고,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이들을 어리다고 하고, UN4U 같은 일을 맡기에는 부족하고, 자격이 없다고 할 수는 있지만, UN4U를 준비하기 위해 수면도, 식사도, 보상도 없이 뛰어들었던 일단의 그룹과,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국자인 카페회원분을 포함한 행사 참석자들을 보면 저는 한국청년의 가능성과 탁월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행사운영의 미비점들, 다시금 돌아보고, 다음에 이런 행사를 하게 된다면 개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행사운영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제 부족함을 탓해주시고, 이 행사의 준비와 행사 전후를 통해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줬던 '한국의 젊은 청소년 세대'에게 큰 격려와 앞으로의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이 지난 23일(금) 보셨던 것은, 행사가 아니라 사실 '거버넌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10월 30일, 제가 '국자인' 카페[http://cafe.naver.com/athensga]에 올렸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아래는 JoongAng Daily에서 당일 행사 스케치와 유엔거버너스센터 원장님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Students are the focus at UN birthday bash
October 27, 2009
Participants in a UN Day event on Friday in Seoul surround a cutout of United Nations Chief Ban Ki-moon. The group joined the Seal the Deal performance, which urges world leaders to take action on climate change at an upcoming United Nations conference in Copenhagen. By Oh Sang-min
Saturday was a special day for the United Nations. It was United Nations Day, which falls on Oct. 24 and is celebrated by UN member states around the world with activities such as meetings and exhibits that highlight the achievements and goals of the UN. The day has been celebrated since 1948 to commemorate the entry into force of the United Nations Charter on Oct. 24, 1945.

Last year, under the initiative of current UN Secretary General Ban Ki-moon, the UN launched an inventive outreach program called UN4U (United Nations For You) to mark its special day.

Korea participated in the event this year and last. This year’s celebration, however, featured a series of special events for young people.

“Previously, events related to the UN were often dominated by government officials and those from relevant organizations, rather than the general public,” said Choi Jong-moo, the head of the United Nations Project Office on Governance. UNPOG, a subsidiary organization of the UN Department of Economic and Social Affairs, which was established three years ago by the UN and the Korean government to help UN member states improve their governance capacity, hosted the UN4U events in Korea this year and last.

“What is notable about the UN4U event is that it involves the general public. This year, the event will have a particular focus on students, who will be representing our country on the international stage in the coming years,” Choi said.

The organization’s efforts to engage students seemed to have been successful. At this year’s UN4U Korea event on Friday, the Ewha Womans University auditorium was packed with more than 600 people, the majority of whom were high school and university students.

“To match the characteristics of our young participants this year, we came up with a range of unique programs, including a special quiz show,” said Jeon Hyesun, a senior at Korea University and a member of the Youth Volunteer on Governance group, which is part of the UNPOG and acted as the main organizer of the event.

The Ring the UN Golden Bell Challenge quiz show, a competition between 40 preselected students, was enhanced by the presence of special guest Deputy Secretary General Asha Rose Migiro.

“The United Nations has special ties with the Republic of Korea - not just because the secretary general is native to the country, but also because the UN helped the Korean people recover from war, poverty and famine,” Migiro said. “Today the ROK has transformed itself into a vibrant democracy, an economic powerhouse and an admired member of the UN. It has gone from a recipient of foreign aid to a provider .?.?. Such achievements give Korea a crucial role to play in addressing today’s global challenges,” she added.

Outside the auditorium, about 15 UN-affiliated organizations in Seoul, including Unesco, Unicef, the UNDP (UN Development Program), the UNHCR (Office of the 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and the IOM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set up booths to introduce their activities to UN Day attendees.

“It was good for us to get information about various UN-related organizations in one place because my friends and I are interested in working for an international organization,” said Kim Harry, a freshman at the Korean Minjok Leadership Academy.

The highlight of the day was a performance in which over 600 participants displayed a small banner bearing the slogan “Seal the Deal,” to urge world leaders to take action on climate change at the upcoming 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Conference scheduled for December in Copenhagen, Denmark. A video of the performance will be delivered to the UN headquarters to bring about a positive change, event organizers said.

By Park Sun-young [spark032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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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사랑꽃 2009.11.12 13:38 신고

    유엔의 날 행사 후기 가슴 뭉클하게 읽었습니다. 함께 꿈을 꾸고 이뤄낸 "한국청년!" 너무 멋집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김인혜 2009.11.22 00:40 신고

    그때 다른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게 정말 아쉽습니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 만으로 거버넌스가 실현될 것 만 같은 후기였네요
    대한민국 청년의 한명으로서 언젠가는,
    보여드리고자 함이 아닌 돌아볼 수 밖에 없는 멋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원하는 행복이니까요. ^^

(유엔거버넌스센터 견학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참여한 코피온의 글로벌 스터디 투어 팀.)

재직 하고 있는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이번에 'Visit UNPOG!'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첫 대상으로 코피온(KOPION)의 '글로벌 스터디 투어'팀 14명이 참여했는데, 8월 30일(토)에 출국, 제네바에서 열리는 World Climate Conference-3에 참석한다고 한다.

뉴욕 유엔본부에는 Guided Tour라는 게 있어 누구든 참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일반인의 유엔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인데, 한국에 있는 '유엔기구'의 경우에는 그런 견학프로그램이 없어 종종 아쉬웠었다. 마침, 유엔거버넌스센터에서 선발된 '청년홍보위원단(Youth Volunteers on Governance)'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준비로 주한 유엔기구 최초의 '견학 프로그램'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사회를 보고 있는 구총림 청년홍보위원,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과거에서 드러나듯,
맛깔스런 진행과 유머로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유엔거버넌스센터 회의실에서 진행된 Visit UNPOG 프로그램.)

('환경과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는 김주헌 청년홍보위원장.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수료하고
얼마전 환경부가 주최한 국제환경전문가 과정도 수료한 떠오르는 '환경통'이다.)

 
이 일을 위해 몸이 좋지 않은데도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온 조원호 청년홍보위원, 그리고 유엔거버너스센터 소개 PPT 발표를 한 김도환 인턴 등 이번 견학 프로그램에서의 최대의 수확은 사실 이들의 엄청난 잠재력과 열정이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생각만하고 시작하지 못했을 Visit UNPOG도, 이들의 리더십을 통해 성사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청년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기회가 주어지면, 무서운 결과를 내는 것이 청년들이다. 이들 청년홍보위원을 통해 다시한번 깨닫는 사실이다.

Visit UNPOG가 끝난 후에 회의실에서 진행된 평가회의에서는 앞으로 더욱 좋은 견학프로그램을 만들 제안과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현수막 제작, 접이식 의자 구입, 음향시스템 장착, 방문증명서 제작, 기념품 제작 등을 보완하기로 했다. 보다 공식적인 내용은 유엔거버넌스센터 홈페이지에 올려져서, 관심있는 그룹 단위 견학팀의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문의는 유엔거버넌스센터 청년홍보위원단(youth@ungc.org)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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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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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gyf2009.tistory.com BlogIcon 세계개척자 2009.09.21 22:22 신고

    이런 멋진 포스트 댓글이 하나도 없다니, 놀라운 일 ^^